⛵ 돛 하나가 바다 위에 서 있었다
고군산대교에 처음 다가가는 순간, 당신은 아마 잠깐 말을 잃을 것이다. 차창 너머로 수평선이 넓어지기 시작하면서, 그 끝에 무언가가 솟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다리인지 돛인지 처음에는 분간이 되지 않는다. 신시도와 무녀도 사이, 서해의 물빛이 가장 고요하게 고여 있는 그 자리에 높이 110미터의 주탑이 D자형으로 서 있고, 그 형태는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배의 돛을 닮아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고군산군도연결도로사업이 이 다리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섬과 섬 사이를 잇는다는 것이 얼마나 오랜 기다림이었는지를, 당신은 그 돛 모양의 탑을 바라보며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1주탑 방식의 현수교라는 설명보다, 그 탑이 혼자 서서 온 하늘을 받치고 있다는 인상이 먼저 마음에 닿는다.
처음으로 그 돛을 올려다보았을 때

고군산대교는 길이 400미터의 다리다. 숫자로 적으면 짧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그 위를 지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조용하다. 대부분의 현수교가 두 개의 주탑 사이에 케이블을 걸어 상판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데 비해, 이 다리는 오직 하나의 탑에서 뻗어 나온 케이블이 상판을 들어 올리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외팔 현수교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붙었는데, 당신이 다리 위에 서서 그 케이블들의 방향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모든 선이 하나의 탑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을 당긴다. 하나의 중심이 모든 것을 붙들고 있다는 감각, 그것이 이 다리를 바라보는 내내 어떤 서사처럼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다리 위에서 바람은 언제나 예상보다 세다. 서해의 바람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육지 쪽에서는 잠잠하다고 생각하며 걸어 나왔다가, 다리 중간쯤에 이르면 갑자기 귀가 울릴 만큼 바람이 밀려온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외투 자락이 몸 뒤로 팽팽하게 당겨지는 그 순간, 당신은 자신이 지금 정말로 바다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발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양옆으로는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겹겹이 펼쳐져 있으며, 머리 위로는 케이블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 탑을 향해 올라간다. 그 모든 것이 동시에 감각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은,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주탑을 가장 가까이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위치는 다리의 한쪽 끝, 신시도 방향에서 진입할 때다. 그 각도에서 보면 D자형의 탑이 하늘을 배경으로 완전한 윤곽을 드러내는데, 맑은 날에는 파란 하늘과 회색 콘크리트의 대비가 선명하고, 흐린 날에는 탑의 형태가 구름 속으로 녹아드는 것처럼 보인다. 돛을 형상화했다는 설명을 알고 나서 다시 보면, 그 곡선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의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돛, 그리고 그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
섬과 섬 사이, 연결된다는 것의 의미

고군산대교가 놓이기 전, 신시도와 무녀도 사이를 오가는 것은 배를 타야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차를 몰고 다리를 건너면 불과 몇 분 만에 무녀도에 닿을 수 있지만, 그 이전의 시간을 상상해 보면 이 다리가 지닌 무게가 달리 느껴진다. 고군산군도에는 크고 작은 섬이 60여 개 있고, 그 가운데 16곳이 사람이 사는 유인도다.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를 잇는 여섯 개의 다리, 신시해안교, 고군산대교, 신시교, 무녀교, 선유교, 장자교가 하나씩 놓이면서 이 섬들은 비로소 하나의 길로 연결되었다. 고군산대교는 그 여섯 개 중 하나이지만, 규모와 형태에서 단연 가장 인상적인 존재다.
무녀도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서 잠깐 멈추어 서면, 좌회전 방향으로 무녀2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포구와 낮은 지붕들, 그 사이사이로 빨간 지붕이 하나씩 섞여 있는 풍경은 다리 위의 웅장함과는 전혀 다른 온도를 지닌다. 다리가 이 섬들을 연결했지만, 섬 안쪽의 시간은 여전히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관광객들이 고군산대교를 건너 선유도나 장자도를 향해 서두르는 동안, 무녀도의 작은 골목들은 조용히 제 속도를 지키고 있다. 당신이 만약 그 골목으로 발을 들여놓는다면, 다리 위에서 느꼈던 바람의 기억이 갑자기 멀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연결된다는 것은 편리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잃는 일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었던 섬들이 이제는 차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그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군도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바다 위를 흔들리며 건너는 시간, 도착하기 전의 기대감과 설렘, 그 작은 지연과 불편함이 만들어 내던 어떤 감각은 이제 다리 위에서의 드라이브로 대체되었다. 고군산대교를 건너면서 당신은 그 두 가지 시간을 동시에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이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배 위에서 흔들리던 사람들의 시간을 조용히 떠올리는 것.
빛이 달라지면, 다리도 달라진다

고군산대교는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다리가 된다. 오전의 빛 속에서 이 다리는 선명하고 날카롭다. 케이블의 선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주탑의 윤곽이 하늘에 뚜렷하게 새겨진다. 물 위로 반사된 빛이 다리 아래쪽에서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케이블을 타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시간에 다리를 건너면 눈이 부셔서 자꾸 시선을 낮추게 되는데, 그때 발아래로 보이는 서해의 물빛이 생각보다 짙은 초록을 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서해는 늘 탁하고 회색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이 물빛 앞에서 조용히 무너진다.
오후로 접어들수록 빛의 각도가 낮아지면서 다리의 그림자가 길어진다. 케이블들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가 상판 위에 사선으로 드리워지고, 그 사이를 걷다 보면 빛과 그늘을 번갈아 밟는 감각이 생긴다. 이 시간의 고군산대교는 오전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사색적인 분위기를 띤다. 바람은 여전히 세지만 그 세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오전의 바람이 등을 미는 것 같다면, 오후의 바람은 어깨를 잡아당기는 것 같다. 돌아가야 할 시간을 알려 주는 것처럼.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서해의 일몰이 다리 위에서 정면으로 펼쳐진다.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역광 속에 실루엣으로 변하고, 주탑의 D자형 윤곽이 주황빛 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선명해진다. 이 시간에 다리 위에 서 있으면, 케이블들이 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드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된다. 눈을 깜빡이거나 잠깐 고개를 돌리면 이미 색이 바뀌어 있다. 서해의 일몰이 늘 그렇듯, 아름다운 순간은 기다리게 만들다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계절이 다르면, 당신이 보는 바다도 다르다
설 연휴의 고군산대교는 한적하다. 차가운 공기가 다리 위에 낮게 깔려 있고, 관광객보다 바람이 더 많은 것 같은 그 고요함 속에서 이 다리는 가장 본래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겨울 바다는 색이 짙다. 회색과 남색 사이 어딘가에 있는 그 색을 정확하게 이름 붙이기 어렵지만, 그 색 앞에 서면 마음이 조용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설 연휴처럼 모두가 어딘가로 모여드는 시간에, 이 다리 위에서 혼자 또는 둘이 서서 그 짙은 바다를 바라보는 경험은, 어떤 축제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여름이 오면 고군산대교 위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열기가 다리 위를 가득 채우고, 햇빛은 케이블과 상판에서 반사되어 눈이 아플 만큼 밝다. 이 계절에는 선유도유람선을 타러 온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 섬 안쪽으로 들어가고, 유람선은 소위봉과 고군산대교를 코스에 포함해 바다 위에서 이 다리를 올려다보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 위에서 올려다보는 고군산대교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그 탑이 얼마나 높은지, 그 케이블이 얼마나 팽팽한지, 물 위에서야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동행에 따라서도 이 다리는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아이와 함께라면 당신은 자꾸 아이의 손을 잡게 될 것이다. 바람이 세고 난간 너머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그 공간에서, 아이는 겁을 내기도 하고 반대로 신이 나서 달리려 하기도 한다. 그 둘 사이의 어딘가에서 당신은 아이와 함께 처음으로 이 바다의 넓이를 설명하려 애쓰게 될 것이다. 혼자라면,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 바람이 대신 말을 해 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장자도 대장봉에 올라 고군산군도를 내려다보면, 고군산대교가 섬과 섬 사이에 가늘게 놓인 선처럼 보인다. 그 위를 지나는 차들은 점처럼 작고, 탑은 바다 위에 조용히 서 있다. 그 높은 곳에서 보면, 이 다리가 얼마나 작고 섬세한 연결인지가 비로소 느껴진다. 크고 작은 섬들이 푸른 바다 위에 겹겹이 펼쳐진 그 파노라마 안에서, 고군산대교는 사람이 바다에 그어 놓은 가장 조심스러운 선처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