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목해변 끝에서, 바다와 커피가 겹치는 곳
강릉의 커피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보통 바다를 먼저 본다. 그리고 나서 카페를 고른다. 하지만 키크러스에 들어선 순간, 그 순서가 뒤바뀐다는 걸 깨닫게 된다. 커피의 향기가 창밖 바다보다 더 먼저 코를 스쳐 지나가고, 그 따뜻함이 몸을 감싼다. 안목해변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이 카페는 단순히 바다를 배경으로 두는 장소가 아니라, 바다와 커피,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두 담아내는 공간이다. 당신이 강릉 여행의 마지막 날, 무언가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을 때 떠올리게 될 바로 그런 곳.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1층 입구에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한 향기와 구워진 버터의 따뜻한 냄새가 겹쳐서, 마치 누군가 당신을 환영하기 위해 준비해둔 인사처럼 느껴진다. 창밖으로는 동해가 펼쳐지는데, 햇빛이 바다 위에서 부서지는 그 모습이 실제보다 더 밝게 보인다. 아마도 실내의 따뜻한 조명 때문일 것이고, 아마도 마음이 이미 한 발 앞서 나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목재와 화이트 톤으로 정돈된 인테리어는 북유럽의 어떤 작은 카페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그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강릉이라는 도시가 이미 그만큼 여행자의 마음을 담아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치면, 당신의 눈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로 향한다. 키크러스 커피. 이곳의 시그니처 음료인 이 커피는 3층으로 나뉜 레이어 구조가 특징이다. 에스프레소, 그 위에 부드러운 크림, 그리고 맨 위에 국산 팥이 얹혀 있다. 미니어처 미술작품처럼 보이는 이 커피는, 사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당신의 손에 들려질 때도 그 아름다움이 조금도 훼손되지 않는다. 첫 모금을 마실 때, 팥의 은은한 단맛이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함과 만나면서, 마치 어떤 이야기의 시작 부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연탄빵을 깨물 때, 시간이 잠시 멈추는 경험
연탄빵은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이다. 겉은 바삭하게 구워져 있고, 그 안은 팥의 부드러운 속살로 가득 찬 이 빵은, 한 입 베어물 때마다 옛날 추억 속 어떤 집의 부엌을 떠올리게 한다. 소금기가 살짝 도는 바삭한 식감은 소보로 소금빵의 그것과 닮아 있지만, 팥이 들어가면서 조금 더 진하고, 조금 더 정성스러운 맛이 된다. 이 빵을 씹으면서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한 순간에 만나는 경험이다.
연탄빵과 함께 나오는 다른 베이커리들도 놓칠 수 없다. 사장님이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나눌 때, 때로는 소금빵 같은 작은 선물을 건네주는 이 공간의 따뜻함은, 음식의 맛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더한다. 빵의 온기가 손가락 끝에 전해지고, 그 온기가 가슴까지 내려온다. 피자도 이곳의 인기 메뉴다. 갈릭 베이컨 피자는 커피 한 잔과 함께 브런치의 완성이 되고,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강릉의 커피거리에서 이 자리가 특별한 이유
강릉의 안목해변 커피거리는 이미 알려진 관광지다. 수많은 카페들이 줄을 지어 있고, 각각의 카페마다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키크러스가 이 거리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다를 보며 앉아 있는 손님들의 얼굴을 보면, 각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는지가 보인다. 혼자 온 사람은 커피 잔 위로 떠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함께 온 사람들은 바다의 파도 소리를 배경음으로 삼아 대화를 나눈다.
이곳이 문화공간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이곳은 단순히 커피와 빵을 파는 장소를 넘어, 강릉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 특색이 담긴 팥, 전통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탄빵, 그리고 그것들을 마시고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경험까지 모두가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이룬다. 아기와 함께 온 부모들도, 연인과 함께 온 젊은이들도, 혼자 온 여행자들도 모두 이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해가 기울어가는 오후, 가는 것이 아쉬워지는 이유
키크러스를 나가는 시간은 보통 오후 중반이다. 해가 아직 충분히 높지만, 점차 서쪽으로 기울어가면서 바다 위의 빛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이 시간에 이곳에 앉아 있는 것은, 마치 하루의 한 장면을 영화처럼 보는 것 같다. 당신의 앞에는 따뜻한 커피가 있고, 입가에는 연탄빵의 맛이 남아 있으며, 창밖으로는 동해가 천천히 저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일어나는 경험 속에서, 강릉 여행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무언가 소중한 것을 담아가는 여정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주차를 고려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안목해변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서, 차를 세우고 바다를 산책하며 돌아와 다시 커피를 마시는 그런 여유로운 방식의 여행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나가는 길은 항상 조금 아쉽다. 왜냐하면 남겨진 커피 잔 위의 거품이 아직 남아 있을 때, 그리고 연탄빵의 온기가 아직 손가락에 전해질 때, 이 모든 것이 이곳에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남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