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마시는 오후, 미르마르에서
강릉의 안목해변 커피거리는 언제나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곳이다. 겨울 바다의 잔잔한 회색빛이 카페마다의 유리창에 반복되고, 봄이 오면 그 창들이 모두 다른 초록을 담는다. 그 많은 카페 중에서 미르마르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손가락은 언제나 같은 곳을 가리킨다. 오션뷰, 포토존, 루프탑이라는 단어들이 가지런히 붙어다니지만, 실제로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것은 그런 설명들을 조용히 무색하게 만드는 무언가다. 바다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면 바다를 바라보는 이 자리가 이렇게 편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손에 들린 따뜻한 음료보다 더 큰 위로가 되는 경험.
통유리 너머로 바다가 들어오는 순간

통유리 카페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가도, 실제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예상은 한 번에 깨진다. 왜냐하면 미르마르는 단순히 큰 창을 달아놓은 것이 아니라, 마치 바다가 실내로 흘러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안목해변의 수평선은 카페 안에 앉은 사람의 눈높이와 거의 같다. 계절에 따라 그 색이 달라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겨울의 잿빛 바다와 여름의 청록색 바다가 이 같은 공간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만든다는 것도 알 것이다. 테라스의 빈백들이 놓여 있는 모습이 마치 누군가를 초대하려는 제스처처럼 보인다. 누워서 쉬라는 배려,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있어도 된다는 무언의 권유가 느껴진다.
그곳에 앉으면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마신다는 표현이 정확해진다. 따뜻한 잔을 양손으로 감싸 들고, 수평선 너머의 먼 풍경을 응시할 때, 그 순간의 고요함은 도시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혼자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그래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할 것 같은 예쁜 장소들이 있지만, 이곳은 오히려 혼자일 때 가장 온전한 경험이 되는 곳이다.
커피콩 빵을 깨물고 발견하는 맛의 결

강릉의 명물이라고 불리는 커피콩 빵은 이 카페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첫 입에 물었을 때, 그 단순함에 놀란다. 버터의 풍미가 먼저 혀에 닿고, 바로 그 뒤를 따라오는 것이 커피 향이다. 빵 위에 박혀 있는 커피콩 초콜릿은 겉으로는 장식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깨물 때마다 쓸쓸한 맛이 단맛을 절묘하게 거슬러준다. 이것이 강릉이라는 도시가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낸 방식이라고 생각하니, 무언가 애정어린 마음이 생긴다.
디저트들이 다양하다고 했을 때는 거창한 무언가를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테디케이크라는 이름의 케이크는 곰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고, 그것을 포크로 자를 때의 촉감이 부드럽다. 음료들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것들이다. 바다를 보면서 마시는 음료는 그 자체로 더 맛있어진다는 것을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안목거리에서 미르마르가 가진 자리

안목해변 커피거리는 강릉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그 많은 카페들 중에서 미르마르가 자주 추천되는 이유는, 아마도 가장 솔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비싼 가격으로 눈을 사로잡으려는 대신, 바다를 마주하는 경험 자체에 집중했다. 노키즈존으로 운영한다는 것도 의도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보호자와 함께라면 들어올 수 있다는 그 조건이, 누군가를 배제하기보다는 이 공간의 고요함을 지키려는 배려로 느껴진다.
블로그들에 올라오는 후기들을 읽어보면, 사람들이 이곳에서 찾는 것이 무엇인지 보인다. 혼자 방문했다는 기록들, 겨울 바다를 실컷 봤다는 표현들, 다음 계절에도 와보고 싶다는 다짐들. 이것들은 단순한 카페 후기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온 누군가가 이곳에서 작은 위로를 받았다는 증거다. 미르마르는 그런 경험들이 반복되는 곳이다. 매일 오전 아홉 시 반부터 밤 아홉 시 반까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또 들어오고 나간다. 각자의 시간을 가져가면서.
언제 누구와 가면 좋을까, 그 길의 결
봄 오후, 혼자 시간이 남은 날. 또는 겨울 저녁, 누군가와 함께 조용히 바다를 보고 싶은 날. 미르마르는 그런 날씨와 시간을 모두 받아낸다. 창해로 사거리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서는 길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안목해변의 수많은 카페들 중에서 이곳으로 방향을 정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추천이었거나, 아니면 오션뷰와 혼자 방문 후기가 많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의 그 첫 공기, 바다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 사람들을 자꾸만 다시 이곳으로 부르는 것 같다.
루프탑에 올라가는 것도 좋고, 테라스의 빈백에 누워 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은 통유리 너머로 바다를 마주보는 실내의 자리인 듯하다. 그곳에서 음료를 천천히 식혀 마시면서, 바다의 수평선을 따라 시선을 굴린다. 언제 다시 올까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손에 들린 잔의 온기가 조금씩 식어간다. 그리고 그것도 좋다. 모든 것이 천천히 식어가는 오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함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