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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목포시 · 목포 경동성당 · 관광지

⛪ 균열 위에 남은 것들, 목포 경동성당

목포 경동성당

목포 해안로에서 골목 하나를 꺾으면, 세상이 갑자기 느려지는 지점이 있다. 근대역사관의 붉은 벽돌과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묵직한 석조 건물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다 보면, 어느 순간 낮고 단정한 성당 하나가 골목 안쪽에서 조용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게 된다. 경동성당이다. 크지 않다. 화려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앞에 서면, 이상하게도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1954년에 세워진 이 성당은 목포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아일랜드에서 건너온 선교사들의 손길과 한국 전쟁이 남긴 상처, 수많은 고아들의 울음소리와 기도 소리를 모두 벽 안에 담은 채 지금도 여기 있다. 당신이 신자든 아니든, 이 골목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골목이 끝나는 자리에서, 성당이 처음 눈에 들어오던 순간

목포 근대문화거리를 걷다 보면 그 거리가 품고 있는 시간의 두께가 발바닥을 통해 서서히 전해지는 것 같다. 동양척식주식회사의 후기 르네상스 양식 건물이 장방형의 묵직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구 부립병원 관사의 낡은 담벼락이 햇살을 받아 바래진 황토색으로 빛나는 그 거리에서, 경동성당은 그 모든 것들과 조금 다른 온도로 존재한다. 지배와 수탈의 언어로 지어진 건물들 사이에서, 이 성당은 돌봄과 기도의 언어로 세워진 곳이기 때문이다. 골목 안쪽으로 한 걸음 더 들어서는 순간, 바람이 조금 달라진다. 해안로 쪽에서 불어오던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잦아들고, 성당의 낮은 담장 너머로 고요가 고여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그 자세다. 경동성당은 웅장함으로 당신을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아담하고 소박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그러나 그 소박함 안에 오랜 시간이 단단하게 압축되어 있는 건물이다. 전면부와 종탑은 1965년 지반 침하로 인한 균열 이후 개축된 것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처음 지어졌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바라보면, 성당의 벽이 단순한 석재가 아니라 어떤 지층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1954년의 공기, 전쟁이 끝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목포의 공기가 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성당 앞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다. 한국 최초의 사제, 안드레아 김대건. 동상은 크지 않지만 그 앞에 서면 묘한 중력이 생긴다. 성지순례를 위해 먼 길을 온 신자들이 이 앞에서 잠시 발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조용한 경건함이 성당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신앙이 없는 사람도 그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게 된다. 어떤 장소는 그 자체로 사람의 몸에서 소음을 거두어 가는 능력이 있는데, 경동성당의 앞마당이 바로 그런 곳이다.

사무실 고양이가 볕을 쬐고, 미사 소리가 벽을 타고 흐르던 오후

성당 안으로 들어서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문은 열려 있고, 들어오는 사람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부는 예상보다 더 조용하고, 그 조용함이 밖의 세상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알게 된다. 빛이 들어오는 방식이 다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나무 의자 등받이 위로 비스듬히 얹히고, 그 빛 속에 먼지가 아주 천천히 떠다닌다. 어디선가 향의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고, 나무 바닥은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받아 조금씩 닳아 있다. 그 닳음 속에 이 성당이 살아온 시간이 있다.

목포 도서 지역의 선교를 위해 아일랜드의 성골롬반외방선교회의 지원으로 세워진 이 성당은, 처음부터 목포라는 도시의 가장 어두운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한국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을 세우고, 사회 복지와 교육의 역할을 했던 이 성당은 단순한 예배 공간이 아니었다. 그 역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 성당 사무실 근처에는 밥을 얻으러 오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고 한다. 누군가 먹을 것을 챙겨주는 손길이 있다는 뜻이고, 그 손길이 이 성당의 오래된 성격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돌봄은 그렇게 작고 일상적인 형태로도 계속된다.

미사 시간이 되면 성당은 또 다른 얼굴을 보인다. 신자들이 조용히 자리를 채우고, 성가 소리가 벽을 타고 번지기 시작하면, 이 오래된 건물이 갑자기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목포에서 마지막 미사를 이곳에서 드리고 떠났다는 방문객의 이야기처럼, 경동성당은 여행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안도감을 준다.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살아있는 신앙 공동체의 공간이라는 것, 그 두 가지가 서로를 훼손하지 않고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이 성당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당신이 기도를 모른다 해도, 이 안에서 잠시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1965년의 균열, 그리고 복원을 기다리는 종탑의 자리

경동성당에 얽힌 이야기 중 가장 마음을 오래 붙드는 것은 1965년의 사건이다. 지반이 내려앉았다. 건물 전면부와 종탑에 균열이 생겼고, 결국 해체해야 했다. 전쟁이 끝난 지 10여 년, 가난과 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절에 성당은 그렇게 자신의 얼굴 일부를 잃었다. 현재의 전면부는 그 이후 개축된 모습이고, 처음 지어졌을 때의 종탑은 더 이상 거기에 없다. 그러나 성당 측은 원형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세워졌던 건축 구조와 역사적 가치를 더 높이 보기 때문이다. 언젠가 복원된 종탑이 그 자리에 다시 서게 된다면, 이 성당은 70년 가까운 시간 끝에 처음의 얼굴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알고 나서 성당 전면부를 다시 바라보면, 지금의 모습이 완성이 아니라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완성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을 향해 조금씩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방향이 과거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진다.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려는 의지가 있는 곳,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는 마음이 있는 곳은 살아있는 곳이다. 2019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은 그 살아있음을 바깥에서 인정한 것이지만, 사실 그 살아있음은 훨씬 오래전부터 이 성당 안에 있었다.

성당 주변의 거리는 근대 목포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동선 위에 있다. 근대역사관 1관에는 경동성당에 관한 기록도 남아 있고, 2관인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은 걸어서 닿는 거리에 있다. 지배의 언어로 세워진 건물들과 돌봄의 언어로 세워진 성당이 같은 거리 위에 놓여 있다는 것, 그 대비가 목포라는 도시의 복잡한 시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역사는 언제나 단일한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겹쳐진 것이고, 이 거리를 걷는 일은 그 여러 목소리를 동시에 듣는 일이다.

계절과 동행에 따라 달라지는 성당의 온도

이 성당은 어떤 계절에 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여름의 경동성당은 골목의 그늘 속에 잠겨 있다. 해안로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성당 마당의 나무를 흔들고, 그 나무 그림자가 벽 위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땀을 닦으며 골목을 걷다 성당 앞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온도가 한 단계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그늘 때문만이 아니다. 이 공간이 가진 고요함이 더위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겨울에는 반대다. 목포의 겨울 바닷바람은 매섭고, 그 바람을 맞으며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나무 의자와 석재 벽이 품고 있는 온기가 새삼 각별하게 느껴진다. 오랫동안 기도를 받아온 공간은 따뜻하다는 것을, 그 안에 들어서야 알게 된다.

동행이 있을 때와 혼자일 때도 이 성당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혼자라면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성당 안 나무 의자에 앉아 빛이 이동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고, 사무실 근처에서 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의 느긋한 등을 오래 바라볼 수 있다. 성지순례를 온 신자들의 무리가 김대건 신부 동상 앞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볼 수도 있다. 그 모습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공간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사람들을 받아들여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당신도 그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목포 근대문화거리를 여행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근대역사관이나 성옥기념관을 먼저 찾고, 경동성당은 지나가는 길에 들르는 곳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당신이 이 성당 앞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문다면, 지나가는 것과 머무는 것 사이에 있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954년부터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켜온 건물, 균열을 겪고도 남은 것들, 아직 복원되지 않은 종탑의 빈자리, 밥을 얻으러 오는 고양이와 기도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한 장소 안에 조용히 쌓여 있다.

목포를 떠나는 길에, 당신은 아마 경동성당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균열 위에 남은 것들은 언제나 처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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