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진 것들이 다시 꽃이 되는 자리
순천에는 유명한 갯벌이 있고, 갈대밭이 있고, 이른 아침 안개 속에서 고요하게 빛나는 만(灣)이 있다. 그런데 그 모든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조금 비껴선 자리, 팔마1길 어귀에 낡은 것들을 거두어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는 공간이 있다. 순천업사이클센터 더새롬. '더 새롭다'는 뜻을 품은 이름이 문 앞에서부터 당신을 조용히 붙잡는다. 2019년 봄, 이 공간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사람들은 단순히 재활용을 배우러 오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것들이 어떻게 다시 존엄을 얻는지를 보러 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누군가가 이곳에서 헌 천 조각을 손에 쥐고, 폐자재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무언가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을 목격한다.
팔마1길 어귀에서, 처음 마주하는 공기

건물 앞에 서면 먼저 조용함이 온다. 순천 시내의 익숙한 소음 — 오토바이 소리, 시장 쪽에서 흘러오는 목소리들 — 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멀어지고, 더새롬 앞마당의 공기는 조금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차장에는 무료로 차를 댈 수 있고, 평일 오전이라면 그 공간이 꽤 넉넉하게 비어 있어서 당신은 서두르지 않고 잠시 차 안에 앉아 창밖을 바라볼 수도 있다. 건물 외벽 어딘가에 붙어 있는 작은 안내판이 '새활용(Up-cycling)'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 글씨를 읽는 동안 당신은 이미 이곳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새활용'이란 단순히 쓰다 남은 것을 다시 쓰는 것이 아니다. 쓰임이 다했다고 여겨진 것에 디자인을 더하고, 상상을 더하고, 손길을 더해서 본래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정의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잠깐 멈추었다. 쓰임이 다했다는 판단은 언제나 옳은가. 버려진다는 것은 정말 끝인가. 더새롬이라는 이름이 그 질문에 대한 답처럼 느껴졌다. 더 새롭게, 다시 한 번 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의 빛과는 다른, 실내 특유의 부드럽고 균질한 밝음이 당신을 맞는다. 공간 곳곳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흔적들이 보이고, 전시된 물건들이 자신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폐스크린도어의 조각이 순천만의 갈대가 되어 있고, 자투리 천이 짱뚱어의 몸통이 되어 있다. 그것들이 유리 진열장 안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버려졌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것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손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들 — 1층 놀이체험장의 오후

1층 놀이체험장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어른이 그 앞에 서도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곳이다. 폐스크린도어 조각들이 바구니에 담겨 있고, 아이들은 그것으로 순천만의 식물 형태를 만들어본다. 금속 특유의 서늘한 감촉, 조각들이 서로 맞닿을 때 나는 작고 청명한 소리, 그리고 완성된 형태를 바라볼 때 아이의 얼굴에 번지는 표정 — 그 모든 것이 이 공간에서는 교육이라는 이름을 갖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남는 무언가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짱뚱어 조각 붙이기 체험대 앞에서는 작은 손들이 바빠지고, 자투리 천의 보풀 거리는 촉감이 손끝에 남는다.
이 체험들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재미있기 때문이 아니다. 아이들이 손으로 직접 만지고 붙이고 형태를 만들어가는 동안, 그들은 자연스럽게 이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를 묻게 된다. 스크린도어는 어디에 있었던 것인가. 이 천 조각은 누가 입었던 옷에서 온 것인가. 그 질문들이 말로 설명되는 환경 교육보다 훨씬 깊이, 훨씬 오래 남는다는 것을 더새롬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4세 아동부터 성인까지 재료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는 이 체험들은 문턱이 낮고, 그 낮음이 이 공간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다.
미디어아트 공간에서는 카드를 가져다 대면 화면 위에 무언가가 나타난다고 한다. 아이들이 카드를 들고 화면 앞에 서서 이것저것 갖다 대며 무엇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그 공간이 얼마나 생동감 있는지 짐작이 된다. 화면에 자신의 손짓이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그 신남 — 그것이 이 공간에서 환경을 배우는 방식이다. 무겁지 않게, 억지스럽지 않게, 그냥 재미있는 오후처럼.
헌 옷에 꽃을 수놓는 사람들 — 2층 공방의 온기

2층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래층의 밝고 활기찬 공기와는 다르게, 2층 입주공방에는 조금 더 조용하고 집중된 온기가 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공간 특유의 냄새 — 천의 냄새, 실의 냄새, 그리고 손에 익은 도구들이 내는 미묘한 냄새 — 가 복도에 얕게 배어 있다. 정기 프로그램과 원데이클래스가 수시로 열리는 이 공간에서는, 재활용 재료를 통한 작품 만들기가 진지하게 이루어진다.
그중에서도 '헌 옷에 꽃을 수놓다'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버려질 뻔했던 옷 위에 프랑스자수 기법으로 꽃을 놓는 일. 바늘이 천을 통과하는 작고 조용한 소리, 실이 당겨지며 형태가 만들어지는 그 느린 과정을 상상하면, 업사이클이라는 개념이 갑자기 매우 섬세하고 개인적인 행위처럼 느껴진다. 버려진 옷에 꽃을 수놓는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다시 한 번 시간을 들이겠다는 결심이다. 그 결심이 모여 이 공간의 온도를 만든다.
원데이클래스는 참여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수시로 모집하고, 문의 전화 한 통이면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이 만약 순천에 하루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이 공방의 테이블 한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손으로 만드는 오후를 계획해볼 수 있다. 완성된 작품을 손에 들고 나올 때, 그것이 재활용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것을 더 소중하게 만들 것이다. 내 손으로 직접, 버려진 것으로 만들었다는 그 이중의 의미가 물건에 겹쳐지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혹은 아이와 함께, 혹은 혼자서
더새롬은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맑은 날 오전에는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전시된 업사이클 작품들 위에 고르게 내려앉아, 폐자재로 만들어진 것들이 의외로 따뜻하게 빛난다. 그러나 비 오는 날의 더새롬은 또 다른 이유로 좋다. 빗소리가 지붕을 두드리는 동안, 실내는 유독 아늑하게 느껴지고, 어디 갈 곳 없어 들어선 사람들이 오히려 이 공간을 더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비 오는 날 무료 실내 체험 공간으로 이곳을 찾는 순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아이와 함께라면 더새롬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 공간은 거대한 만들기 놀이터이고, 부모의 눈높이에서는 아이에게 환경을 가르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종이팩을 가져오면 휴지로 바꿔주는 교환샵이 있다는 것도 이 공간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실제 생활과 연결된 순환의 장소임을 보여준다. 캔을 버리고, 종이팩을 가져오고, 그것이 어떻게 다른 것이 되는지를 아이와 함께 확인하는 오전 — 그런 오전을 더새롬은 매일 만들어내고 있다.
혼자 오는 사람에게도 이 공간은 다정하다. 전시판매장에서 업사이클 작품들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업사이클과 리사이클의 차이를 설명하는 패널 앞에 잠시 서 있다가, 2층 공방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오후가 된다. 이 공간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버려진 것들이 다시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여줄 뿐이고, 그것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지는 당신의 몫으로 남겨둔다.


